[단독] ‘성폭행 불송치’ 이후 숨진 19살…진료기록·CCTV에도 한 번만 조사
[앵커]
지난해 말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이 가게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두 달 뒤 혐의가 없다며 사건을 불송치했고, 아르바이트생은 이의신청서를 남기고 숨졌습니다.
KBS가 여성의 진료 기록을 입수했는데, 성폭행 의심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먼저, 김보담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경기 안산의 한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9살 채 모 양이 경찰서를 찾아왔습니다.
채 양은 "회식하며 술을 많이 마셨고 정신을 차려보니 40대 남자 사장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이뤄진 경찰 조사, 채 양은 사건 시간 등을 제대로 기억 못 할 정도로 취해있었지만, 조사는 한 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채 양 어머니 : "(신고 당시) 애한테 너무 술 냄새가 많이 나고 같은 말 반복하고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인데…."]
경찰 조사 후 진행된 응급 검사에서, 채 양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5%로 확인됐습니다.
운전면허 취소 수준입니다.
[김경수/KBS 자문 변호사 "정신을 좀 차리게 하고, 건강도 회복하게 한 뒤에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조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후 추가 조사는 없었고, 다음 해 2월,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채 양은 사흘 뒤 이의신청서를 남기고 숨졌습니다.
KBS 입수한 당일 채 양의 응급 검사 결과입니다.
피해 여성이 급성 통증을 호소했고, 항생제도 처방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원의림/성범죄 전문 변호사 : "중등도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항생제가 처방됐다는 사실 이런 것들이 지금 강제성 있는 성관계가 있었다…."]
채 양은 며칠 뒤 다시 산부인과 진료를 봤는데, "이틀간 음부에 출혈이 있었고, 사건 사흘 뒤에도 쓰라림이 있다"는 기록이 나왔습니다.
유가족들은 채 양이 숨진 뒤인 지난 3월 추가 진료기록도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요청으로 보완수사 중이던 경찰은 기존 무혐의 의견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김보담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 정준희/영상편집:이수빈/그래픽:유건수 김지훈
[앵커]
경찰의 이런 판단에는 당시 사건이 벌어졌던 가게 CCTV가 주요 근거가 됐습니다.
사건 직후에도 두 사람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등 성폭행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건데요.
하지만 KBS가 영상을 확보해 분석해 보니, 경찰 판단과 배치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단독 보도, 황현규 기자가 이어갑니다.
[리포트]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채 양.
가게 사장이 끌어안고 어딘가로 데려가려 하자, 10초가량 기둥을 붙잡습니다.
[원의림/성범죄 전문 변호사 : "몸을 일으키기 위한 거였는지, 아니면 같이 가기 싫어서 그랬던 건지 확인해야 했는데 (피해자에게) 확인하지 않았어요."]
얼마 뒤 옷을 추스르며 나온 채 양은 다시 사장에게 돌아와 두 손을 들어 보입니다.
[원의림/성범죄 전문 변호사 : "음성이 안 들리니까, 그럼 이때 무슨 얘기를 했는지에 대해서 확인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항의했다고 볼 수도 있는 장면이거든요."]
약 30분 뒤, 채 양은 친구를 만나 울먹이고,
["진짜 이거 아니라고, 너무 싫다고 했는데 계속 그러잖아."]
그날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밀쳐내고 밖으로 뛰어나왔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CCTV에서 경찰이 더 주목한 부분은, 술 취한 채 양이 사장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부분 등을 근거로, 사장 역시 채 양이 '항거불능' 상태라 인식하지 못했을 거라고 결론 냅니다.
피의자인 사장은 여러 차례 경찰에 출석해 의견을 냈지만, 채 양은 아니었습니다.
[김경수/KBS 자문 변호사 :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을 상대로 그 영상을 보여주면서 하나하나 치밀하게 조사해 나가는 그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거죠."]
안산단원경찰서는 "CCTV뿐 아니라 관련자들을 조사해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피해자 조사를 최소화'하란 규칙을 따른 것"이라 해명했고, 사장 측은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경찰 수사가 충분했는지 등 보완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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