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범벅 나체' 살인범 마주치고도…경찰, 바로 검거 못했다
지난 4일 경북 경산시에서 흉기로 친구를 살해한 뒤 피범벅에 나체 상태로 거리를 활보해 논란이 됐던 20대 남성 A씨(24)가 범행 후 인근에서 경찰과 마주쳤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불과 2m 안팎의 거리에서 경찰이 A씨를 놓친 이후, A씨는 다시 사건 발생 장소로 돌아가 금품을 챙기고 현장을 훼손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중앙일보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A씨는 범행 이후인 지난 4일 오전 4시20분경 경북 경산시 하양읍 인근을 나체 상태로 배회하다 순찰차와 마주쳤다. 당시 A씨는 전신 문신을 한 나체 상태에 몸에 피가 묻어있는 상황이었고, 순찰차와 A씨의 거리는 한때 약 2m 정도까지 가까워졌다. 하지만 경찰관이 하차해 A씨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신원을 파악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진 않았다. 그 사이 A씨는 오히려 순찰차를 향해 손을 흔든 뒤, 걸어서 현장을 벗어났다. A씨와 순찰차가 마주한 시간은 CCTV 영상상 25초 이상이었다.
해당 순찰차에는 A씨에 관한 신고를 접수해 출동한 경찰관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18분쯤 “나체에 피가 뚝뚝 흐르는 상태로 돌아다니는 남성이 있다”는 취지의 신고를 접수한 뒤 출동했고 거리에서 A씨를 마주쳤다고 밝혔다. A씨를 놓치게 된 경위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출동 경찰관과 A씨가 서로 마주쳤지만 A씨가 도망갔고, 이후에 피 족적을 따라가면서 A씨를 추적했다”며 “당시에는 A씨가 살인을 저질렀는지 몰랐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A씨는 앞서 이날 새벽 하양읍 소재의 자택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 B씨(24)를 폭행한 뒤 흉기로 살해했다. A씨는 범행 후 피범벅인 나체 상태로 편의점에서 우유를 먹고 거리를 활보하는 등 기행을 펼쳤다. 또 상해를 입은 B씨가 구조 요청을 하려고 또다른 친구 C씨(24)와 통화하던 중, B씨의 전화를 빼앗아 “나 귀엽지”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지난 4일 새벽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서 흉기로 친구를 살해한 A씨(24)와 순찰차가 마주치는 순간이 담긴 CCTV 화면 캡처. 사진 독자 제공
거리에서 마주친 경찰이 A씨의 신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A씨는 다시 범행 현장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현장에는 B씨의 연락을 받고 대구에서 온 친구 C씨 등이 있었다. C씨에 따르면, 아직 현장에 경찰이 도착하지 않았을 때 A씨가 다시 자택으로 돌아와 명품 시계와 현금 2000만원 챙기며 “어머니께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A씨가 범행에 쓴 것으로 보이는 흉기 두 점 등이 그대로 남겨져 있던 상황이었다. 또, A씨는 피 웅덩이 속에서 주검이 된 피해자 B씨 옆에 엎어져 눕는 등 현장을 훼손했다고 한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에 의해 A씨는 체포됐지만, 앞선 경찰의 검거 실패가 이후 증거 훼손 등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A씨가 마약 간이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사건 현장에서도 마약과 관련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경북 경산시에서 친구를 살해한 A씨(오른쪽·24)가 친구 C씨(24)와 한 영상통화 화면 캡처. C씨는 피해자 B씨(왼쪽·24)가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영상통화를 걸었다. 사진 독자 제공
한편 사건이 유튜브 방송 등으로 알려지며 SNS(소셜미디어) 상에 이미 A씨에 관한 신상 정보가 유포됐다. 흉악범죄 관련 제보를 받는 한 SNS 계정 운영자는 지난 8일 ‘살인자의 신상을 공개합니다’라는 게시글과 함께 A씨의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계정 운영자는 A씨로 추정되는 사진과 함께 “지난 7월 4일 경산에서 친구를 무참히 살해한 살인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B씨)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참 선한 사람이었다”며 “어릴 적부터 후배들을 먼저 챙기던 좋은 형이었고, 친구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늘 말리는 쪽이었다”는 지인의 증언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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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구체적인 범행 동기 진술을 거부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경북 경산경찰서는 지난 7일 A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오는 16일 A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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