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에 쓰이는 고급 목재는 왜 비쌀까?
해리포터 팬들을 보면 지팡이의 재료 얘기를 하며
어떤 나무와 속 심지를 썼는지 씹덕 토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현실에 마법은 없으니 마법은 잊자
하지만 음악이라면 어떨까
악기도 나무를 굉장히 많이 타고
연주자들이 악기에 대해 말할 때 나무 얘기는 흔하게 하게 된다
만약 기타리스트라면 바디와 넥 등에 쓰이는
메이플, 로즈우드, 마호가니, 애쉬 등을
드러머라면
드럼 스틱에 자주 쓰이는 히코리, 오크(참나무)등과
다양한 바디에 쓰이는 목재들을 들어봤을 수 있다
유이기타아님
한편 메이플, 마호가니처럼 악기들끼리 사용하는 목재가 겹칠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당연히 있다
대표적으로 방금 나온 히코리는 매우 단단해서
드럼 스틱에는 적합하지만 기타에는 쓰이지 못한다
이렇듯 악기마다 나무의 조건이 좀 있고
같은 악기 내에서도 용도에 따라 갈린다
그리고 같은 악기에서도 좋은 나무는 가격대가 극심하게 차이나는데
피아노우드로 유명한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는
사운드에 워낙 좋고 묵직해서 피아노 몸체나 기타 뒷판에 많이 쓰였는데
원래도 비싼 자단 나무였지만 국제 거래 규제로 지금은 더 비싸졌다
대체품으로 인도산 자단나무, 인디언 로즈우드를 대부분 쓰고 있긴하지만
여전히 최고급 목재다
여기서 잠깐 국제 거래 규제?는 뭘 말하냐면
CITES 협약 =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을 말하는건데
멸종위기종 뿐 아니라 점점 개체 수가 감소해 슬슬 관리해야겠다 하는 종의 거래를 규제하는 거다
중국의 판다 외교를 들어봤다면 이걸 근거로 하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악기 목재용 나무들이 이 규제에 잘 걸리곤 하는데
악기에 쓰이는 목재에는 대체로 천천히 자라는 나무가 선호된다
그래야 치밀하고 균일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인 부빙가(Bubinga, Guibourtia속)라는 나무도
규제에 걸려있다
이름부터 존나 아프리카스러운 부빙가는
아프리카 적도 부근 콩고, 카메룬 등의 열대지방에서 자라는데
위에서 말했듯 천천히 자라는 나무라 100년 가까이 묵혀야되고
굉장히 무겁고 단단하고 물에 가라앉을 정도의 밀도를 가져서
쪼개지기 쉽기 때문에 가공도 어려운 편에 속하지만
벌레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영롱한 색을 보이는 부빙가는
묵직해서 기타보다 베이스에 더 많이 쓰였지만
성장도 오래 걸리고, 인공 조림도 힘들고, 무거워서 운송도 힘들고, 가공도 힘들었는데
중국에서 전통 가구로 부빙가의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규제에 걸려 안그래도 비쌌지만 진짜진짜 비싸진 나무가 되어버렸다
검색해보니 뭐 거의 나무계의 에르메스에 비유하는 경우도 있음....
더 자세히 소개하기엔 너무 많고 내가 잘 몰라서 못쓰지만
악기엔 다양한 목재가 들어가고 공명과 내구성 면에서 아주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사실 일렉 기타를 비롯해 전자 악기일수록
수음될 때 나무의 영향은 덜한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기타에선 바디도 중요하지만 줄과 넥이,
드럼은 바디보다 헤드(때리는 부분) 좋은거 쓰면 좀 커버된다든가
등등 울림통의 대신 직접 사운드가 나는 부분을 좋게 쓰면 커버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거기다 아예 목재가 아닌 케블라나 카본 파이퍼같은 다른 소재로 만들기도 하지만
아직 악기 시장에서 목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을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과거 총은 무조건 나무로 만들다 어느 순간 여러 금속과 합성 소재가 쓰였듯
어쩌면 미래엔 악기에 목재가 쓰이는 날이 없어질 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악기용 나무 중 비싼 나무들은 왜 비싸냐는 요약은
1. 악기용 나무 자체가 곧게 자라고 균일한 걸 써야돼서 까다로움
2. 자라는데 오래 걸리고 건조 과정도 오래 걸림
3. 희귀한 수종이 있어서 규제에 자주 걸린다
인데 1은 쓰려다 너무 당연해서 지웠음..ㅎㅎ
끝
번외)
자료 찾아보다가 나온 흑단나무(ebony) 단면인데 겉은 평범한 나무지만 속은 이렇게 칠흑같음
얘도 고급 목재인데 피아노의 검은 건반을 에보니라고 부르는 게 이때문이고
바이올린의 지판이나 기타도 흑단으로 만든 경우가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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