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의 날개: 날지 못하는 새가 왜 날개를 버리지 않았을까?
"날개가 있는데 왜 날지 못할까?"
우리는 흔히 타조를 보며 퇴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화는 완벽한 비행체를 목표로 삼지 않았다. 진화는 그저 "지금 당장 살아남고 새끼를 퍼뜨리는 데 충분한가?"를 묻는 냉철한 실용주의자의 선택을 일컫는 말이다.
다음의 네가지가 "날지 못하는 새가 왜 날개를 버리지 않았을까?"에 대한 답이다.
1. 날개를 완전히 없애려면 엄청난 유전적 변화가 필요하다. 몸의 앞다리 구조를 아예 허물어야 하는데 타조의 날개는 그럴 정도로 큰 짐은 아니다. 날개를 유지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그렇게 크지 않으니, 자연선택은 굳이 날개 제거라는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2. 타조는 시속 70km로 달리는데 이때 날개를 활짝 펼쳐 방향 전환의 균형추로 쓴다. 마치 자동차의 스포일러 처럼. 급격히 방향을 틀 때 날개가 없으면 넘어질 확률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포식자를 피해야 하는 타조에게 이 '주행 보조 장치'는 날지는 못하더라도 생존에 도움이 된다.
3. 수컷 타조는 짝짓기 시즌에 화려한 깃털을 휘날리며 암컷에게 구애하는데 이때 날개는 가장 중요한 '패션 아이템'이다. 날개가 없다면 암컷의 관심을 끌 수 없고, 번식에서 도태될 것이다. 비행에는 쓸모없지만 '짝짓기'에는 최고의 도구인 셈이다.
4. 사막 지역에서 타조는 알을 품을 때 날개를 넓게 펼쳐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밤에는 체온을 전달해 보온한다. 날지 못하는 날개가 새끼의 생존율을 높이는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진화론자들이 자주 말하듯, 자연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땜장이다.
엔지니어라면 "날지 못하는 날개는 무게만 차지하니 제거하자"고 하겠지만, 진화는 기존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여 '그래도 쓸모가 있으면 일단 놔두자'라는 전략을 취한다.
타조의 날개는 '비행'이라는 기능을 잃었지만, 그 대신 '주행 안정성', '구애', '육아'라는 충분한 효용을 제공하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비행 능력을 버린 대신,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고 오래 달리는 새가 되었으니 이를 得失相伴 (얻음과 잃음은 서로 짝을 이룬다) 라고나 할까. 유전학에서는 이를Trade-off 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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