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영원한 거물이자 라이벌의 비하인드 스토리
1975년 4월 5일. 한때 중국의 지배자이자 중화민국의 총통 장제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3년 전 대만은 유엔에서 탈퇴했지만, 아직 중화민국과 공식 수교 중인 미국은 넬슨 록펠러 부통령이, 대만과 수교를 끊었으나 우호관계를 유지 중인 일본에서는 전임 수상인 사토 에이사쿠, 기시 노부스케가 대한민국에서는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가 대표로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당연하지만 장제스의 장례식을 두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국민당 반동파의 두목이자 중국인민의 제 1공적 장제스가 4월 5일 타이페이에서 병사했다"고 공식 논평을 냈습니다.
반면 장제스의 사망을 비서에게 보고받은 일생의 숙적 마오쩌둥은 "알았다"라고 말한 뒤 그날은 식사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장제스의 장례식 당일 마오쩌둥은 하루 종일 장례식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서 심금을 울리는 8분짜리 음악 테이프를 반복적으로 틀었으며, 침대 위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박자에 맞추어 몸을 흔들었다고 합니다.
그 음악은 마오쩌둥을 위해서 12세기의 시를 소재로 하여 특별히 작곡된 것으로 가사의 내용은-청나라 시대의 애국적인 한 고관이 오지로 유배되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일생을 마감한다는-장제스와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을 지닌 한 친구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이었고, 시인은 자신의 친구에게 이렇게 읊었습니다.
자네와 나는 역사에 남을 인물들이라네. 사소한 것들을 놓고 왈가왈부할 소인배들이 결코 아니지!
이 구절은 바로 마오쩌둥이 장제스에게 품고 있던 감정이기도 했습니다. 며칠 후 마오쩌둥은 이 가사의 마지막 두줄을 다음과 같이 고쳤습니다.
가시게, 어서 가시게, 존경하는 내 친구여,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게나
장제스는 국부천대의 그날 이후로 수많은 기회가 올 때마다 대륙 공격을 준비했지만, (가령 6.25 전쟁이라든지. 베트남 전쟁이라든지) 모든 공격은 결국 미국의 결사반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특히 가장 결정적인 찬스였던 6.25 전쟁은 맥아더와 합심을 했지만 대노한 트루먼이 맥아더 모가지를 날리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평생 그는 대륙의 수복을 원했기에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의 측근에게 "대륙을 다시 공격해서 동포를 구하라, 대륙을 다시 공격해서 중국을 구하라"라는 말을 남기고, 대륙이 국민당에 통일될 때 자신의 유해를 중국 대륙으로 가져가 묻으라고 유언을 남겨 오늘날도 장제스의 관은 임시 안치소에 토관묘 형식으로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대만에서 장제스는 계엄령으로 대만 사회를 억압한 악독한 독재자로 묘사되는 반면, 중국 대륙에서는 비록 패배했지만 방향성과 애국심만큼은 진정성이 있었던 지도자로 평가됩니다.
이는 21세기에 들어 민족주의, 경제성장, 항일 투쟁과 같은 요소들이 재조명되면서, 공산당이 은연중에 장제스의 구상과 비전을 차용해 왔고 그 결과 오늘날의 중국은 마오쩌둥이 꿈꿨던 국가보다는 오히려 장제스가 구상했던 국가와 더 닮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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