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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도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거북선 대포, 그 희대의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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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도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거북선 대포, 그 희대의 사기극



1992년 8월 18일, 경상남도 통영군 한산면 운호포의 한산도 제신당 서북쪽 1.4km 지점 바닷속에서 유물 한 점이 인양됩니다. 한산도 앞바다에서 건져진 유물의 이름은 <별황자총통(別黃字銃筒)>. 조선의 수군이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포였죠. 유물을 건져 올린 주체는 <해군 충무공 해저유물 발굴단>. 발굴단은 해군 잠수사들이 수심 10m 정도 되는 펄 밑 30cm 지점에서 45도가량 기울어진 채로 묻혀 있던 총통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산도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거북선 대포, 그 희대의 사기극 2

그리고 이틀 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대대적인 유물 공개 행사가 열립니다. 바닷속에서 건져 올렸으니 육군이 아닌 해군의 무기였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별황자총통>은 쉽게 말해 대포의 하나로, 육군도 사용했고 해군도 사용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대포에 천자문 첫 구절, 천·지·현·황을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해상 전투 장면을 보면, 포 사격을 담당하는 장수들이 큰소리로 '천자총통', '지자총통' 하고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별황자총통>이 조선 수군의 무기였음을 보여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제시된 것은 바로 대포 몸통에 새겨진 글자였습니다.

萬曆丙申六月日 造上 別黃字銃筒
만력 병신년(1596년) 6월 모일에 만들어 올린 별황자총통

龜艦黃字 驚敵船 거북선의 황자총통은 적선을 놀라게 하고
一射敵船 必水葬 한 발을 쏘면 반드시 적선을 수장시킨다

대포 몸통에 새겨진 이 글자야말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보였습니다. 임진왜란 때 실전에서 사용된 거북선 대포가 발굴됐다! 그러자 전국이 들썩일 정도로 난리가 납니다. 언론들도 앞다퉈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죠. 유물이 인양된 장소도 틀림없고, 유물에 새겨진 글자도 선명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이 흥분이 가라앉기 전에 신속하게(!) 유물에 합당한 지위를 부여하기로 합니다.

국보 지정. 말 그대로 '빛의 속도'였죠. 유물이 인양된 지 꼭 17일 만에 <별황자총통>은 당당히 국보 제274호로 지정됩니다. 대한민국 문화재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최단기간 국보 지정 사례였습니다. 이 기록은 물론 그 뒤에도 깨지지 않았죠. 그러나…


4년이 지난 1996년 6월, 검찰이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별황자총통>을 위조했다는 충격적인 진술을 확보합니다. 조사 결과는 더 경악스러웠죠. 모든 것이 사기였습니다. 문제의 <별황자총통>은 해저에서 발견된 게 아니었습니다. 해군이 골동품상한테서 대포를 500만 원에 사서 -> 한산도 앞바다에 빠뜨린 뒤 -> 잠수사를 동원해 건져 올리는 희대의 퍼포먼스를 시전한 겁니다.

이 충격적인 사기극은 당시 뚜렷한 발굴 성과가 없어 해체 위기에 몰렸던 <해군 충무공 해저유물 발굴단> 단장의 조바심과 과욕이 부른 일대 참사였습니다. 1996년 6월 18일의 그때 그 뉴스, 함께 보시죠.

거북선 대포를 발견했다는 흥분과 열광 속에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은 없었습니다. 어서 국보 지정 안 하고 뭐하냐며 재촉하는 기사를 쏟아낸 당시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죠. 어리석은 조급증이 부른 초대형 참사로 인해 <별황자총통>의 국보 지위가 박탈된 뒤 국보 제274호는 영구 결번돼 두고두고 '부끄러움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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