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찐따에게 잘 대해주고 싶은 잘나가는 여자애
라일라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였습니다. 여자애들은 그 애를 떠받들었고, 남자애들은 욕망을 불태웠죠.
라일라는 대수학 시간마다 아놀드의 옆자리에 앉았지만, 결단코 그러고 싶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아놀드는 반의 “찐따”였으니까요. 사회성이라곤 없고, 몸에선 악취가 풍기고, 수업 시간에도 자꾸 일본 만화책과 코믹스 따위를 꺼내 읽곤 했죠. 가끔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그 애가 어색하게 긴장하거나 분위기가 불편해지도록 입을 다물 때마다 곧 후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놀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라일라는 친구들에게 그 애를 우스꽝스럽게 헐뜯어댔습니다. 딱히 그럴 이유는 없었지만, 아마 자기가 좀 더 우월해진 느낌이 들어서 같았습니다. 그러자 차츰 그녀의 친구들은 아놀드의 면전에서 그 애를 곤욕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라일라의 눈에 띄려고 그런 거지요. 자기가 그런 일들을 부추겼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켕겼지만, 다른 애들이 자기 일거수일투족을 따르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걔 정신교육 해주는 거야, 라일라는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고 라일라는 생각했습니다. 오늘 그녀는 아놀드에게 잘 대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놀드, 잘 지내?”
“안녕 라일라, 그냥 괜찮아.”
기나긴 침묵이 뒤따랐습니다.
“그건 뭐야?”
“이거, 음, 별 거 아냐. 그냥, 어, 그냥 유치한 만화책이야.”
“별로 안 그래 보이는데, 나도 좀 보여줘!”
그녀는 관심 있는 척을 하며 책의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괜찮은데! 나중에 학교 끝나고 다른 것도 좀 보여주라.”
아놀드는 안절부절못하면서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습니다. “그, 그래. 그럼 좋지.”
라일라는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언제 둘이 같이 놀러가면 그때 갖고 오면 되겠다.”
아놀드는 불안하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리곤 자기 자리로 몸을 돌렸습니다. 라일라는 그 애가 자기 얼빠진 미소를 숨기려고 애쓰는 걸 보았습니다.
오늘만큼은, 아놀드를 잘 대해주고 싶었습니다.
오늘만큼은, 아놀드에게 호감을 사고 싶었습니다. 아놀드가 나중에 그녀를 또 보고 싶다고 생각해주었으면 했습니다.
오늘만큼은, 교실에 들어온 아놀드의 가방 속에서 삐져나온 총구를 보았거든요.

등록 영상 로딩 최적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