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데 은근 의미 있는 이그노벨상 ㅋㅋ
과학상 중에 가장 유쾌한 것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꼽는다.
"사람을 먼저 웃게 하고, 그다음에 생각하게 한다"는 이 상의 모토는, 진지함만이 과학의 미덕은 아니라는 걸 매년 가을 새삼 일깨워준다.
1991년 과학 풍자지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감》이 만든 이 상은 오랫동안 하버드대학교를 무대로 삼아왔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최근에는 MIT로 자리를 옮겨 열리고 있는데, 시상식이 열리는 강당의 열기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상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웃긴 연구에 트로피를 주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기꺼이 시상자로 나선다는 점, 그리고 수상자가 자신의 연구를 단 60초 안에 설명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는 점에서 이 상은 진짜 과학에 대한 존중과 유머를 동시에 품고 있다. 상금은 무려 10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다.
액면가만 보면 어마어마하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유명한 동네라 실제 가치는 몇 센트에 불과하다. 여기에 매년 손수 만든 기발한 모양의 트로피가 곁들여진다. 상의 격식조차 유머의 대상으로 삼는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연구들이 이 영예를 안았을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례는 2000년 물리학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Andre Geim)의 개구리 부상 실험이다.
강력한 자석을 이용해 살아있는 개구리를 공중에 띄운 이 실험은 물질 속 반자성(diamagnetism)의 원리를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진짜 반전은 10년 뒤에 찾아온다. 가임은 2010년, 그래핀 연구로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며 '개인으로서 두 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과학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의 사례는 이그노벨상이 결코 '가짜 과학'에 주는 상이 아니며, 창의적 발상이 어디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물고기도 이 상의 단골 소재다. 2024년 물리학상은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제임스 리아오 교수에게 돌아갔는데, 죽은 송어를 물살에 흘려보내면 마치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꼬리를 흔들며 헤엄친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였다.
소용돌이치는 물의 흐름 속 에너지를 몸의 유연함만으로 되찾아 쓰는 셈인데, 이는 물고기 떼가 어떻게 무리 지어 효율적으로 이동하는지, 나아가 유체 속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로봇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동전 던지기에 관한 연구도 흥미롭다. 2024년 확률·통계상을 받은 연구팀은 48명의 참가자가 46개국에서 모은 동전으로 무려 35만 757번을 던진 결과, 던지기 전 위를 향해 있던 면이 그대로 다시 나올 확률이 50.8%로 아주 살짝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전이 완벽하게 대칭으로 회전하지 않고 미세하게 흔들리며 날아간다는 가설을 대규모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다. 0.8퍼센트포인트라는 차이는 카지노에서나 의미가 있을 법한 미세한 수치지만, '무작위'라고 믿어온 현상 뒤에도 물리 법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건강 분야에서는 조금 민망하지만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연구가 있다. 2023년 공중보건상을 받은 스탠퍼드대학교 박승민 박사 연구팀의 '스마트 변기'다.
변기가 사용자를 항문의 지문으로 식별하고 대소변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질병의 징후를 잡아낸다. 처음 들으면 실소가 나오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병원에 가기 전 몸의 이상 신호를 일상 속에서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는 공간이 다름 아닌 화장실이라는 발상은 제법 설득력이 있다.
이그노벨상 수상작은 아니지만 같은 정신을 공유하는 가벼운 실험들도 많다. 사람이 개와 고양이에게 각각 똑같은 말을 건넸을 때 개는 주인의 말에 반응해 심박수가 올라간 반면 고양이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개는 사람의 말을 감정적으로 흡수하고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초연하다는 우리의 직관을 데이터로 보여준 셈이다. 이런 이야기가 자주 회자되는 이유 역시, 이그노벨상이 추구하는 '일상 속 호기심을 과학으로 풀어내는 태도' 그 자체를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왜 굳이 이런 연구에 상을 주는 걸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대중이 과학을 어렵고 딱딱한 것으로만 여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그노벨상은 학문의 권위를 깎아내리려는 조롱이 아니라 그 반대에 가깝다. 얼핏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질문 하나가 실은 오랜 시간 공들인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검증된 결과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안에 진짜 노벨상급 발견의 씨앗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상은 매년 증명해 보인다.
결국 이그노벨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다. 과학적 호기심에는 격이 없다는 것. 개구리를 띄우든, 죽은 물고기의 헤엄을 관찰하든, 화장실에서 건강을 진단하든, 그 모든 질문은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는 순수한 충동에서 출발한다. 웃음으로 시작해 생각으로 끝나는 이 상이 해마다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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