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대표팀 경기 후 항상 'Wonderwall'이 울려 퍼지는 이유
잉글랜드 8강 진출 기념 관련 BBC 기사 번역입니다.
https://www.bbc.com/news/articles/cx2wllrlrxgo
오아시스의 프론트맨 리암 갤러거는 수요일에 위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이날은 애틀란타에서 잉글랜드가 콩고민주공화국과의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직후, 미국까지 간 잉글랜드 팬들이 선수들과 함께 오아시스의 가장 유명한 노래를 다시 한번 열창한 직후에 나온 반응이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3번의 승리때마다 울려퍼진 이 노래는 이제 새로운 전통이 되고 있습니다.
이 곡을 작곡한 리암의 형이자 밴드 동료인 노엘 갤러거는 댈러스에서 열린 조별리그 1차전 승리 직후에 있었던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Wonderwall은 대중의 노래이며, 그 순간은 팬들과 선수들이 하나 된 마법같은 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잉글랜드 팬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팟캐스트 '라이온스 덴'에 출연한 대표팀의 주장 해리 케인은 처음으로 관중석에서 즉흥적으로 Wonderwall 떼창이 터져 나왔던 그 순간이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험한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팬은 BB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 노래는 잉글랜드인의 정체성을 일깨워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별리그 1차전 크로아티아전 승리 직후 (AT&T 스타디움)
Three Lions나 Vindaloo, World in Motion 같은 전통적인 잉글랜드 응원가는 물론이고, 유로 2020에서 우연히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Sweet Caroline 또한 여전히 잉글랜드 전역의 펍에서 울려퍼지고 있지만, 올 여름 대세는 단연 Wonderwall입니다.
오아시스의 1995년 대히트 앨범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에 수록되어 당시 차트 2위까지 올라갔던 이 곡은 이번 월드컵에서 화제가 되면서 다시 지난주 영국 싱글차트에 진입했습니다.
이 밴드가 해체되기 직전이었던 2008년, 리암은 수많은 버스커들을 양산한 이 어쿠스틱 발라드를 "더 이상 부를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
하지만 그 이후에 리암은 정확히 그 반대의 행동을 수없이 했습니다. 티켓이 엄청나게 팔려나간 지난해 오아시스 재결합 투어를 찾은 수많은 팬들은 이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았죠.
'지금 이 순간의 노래'
작년에 전기 『갤러거 형제: 오아시스의 흥망성쇠』을 출간한 작가이자 방송인 PJ 해리슨은 대중가요가 축구팬들의 응원가로 채택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합니다.
에버턴 팬이기도 한 그는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축구팬들은 1960년대에만 해도 단순하게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과 Wonderwall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인위적으로 짜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Wonderwall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왔고, (지난해 오아시스 재결합) 투어로 인해 대중들의 관심이 재점화된 상태였습니다. 그 투어에서 노래 하나를 고른다면 당연히 이거니까요."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경기장 DJ의 상황 판단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한 노래'라고 생각한 DJ가 이 노래를 틀었고, 관중석의 모든 이들이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노래가 한번 자리를 잡고, 월드컵 첫경기 승리와 같은 감격적인 순간과 결합되면, 그 노래는 그 자체로 감정적인 생명력을 가지게 됩니다. 마치 오래된 추억처럼 기억에 깊게 남게 되는 것이죠."
조별리그 3차전 파나마전 승리 직후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발매 직후 노엘은 언컷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아내였던 맥 매튜스에게 보내는 음악 러브레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그의 이야기는 바뀌었고, Q 매거진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당신을 구하러 올 가상의 친구"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PJ 해리슨은 이 노래의 친숙하고 쉬운 멜로디와 결합된 모호한 가사로 인해 팬들이 "대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도 쏟아져 나오는 애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플리머스 아가일의 디렉터였으며, LA에 기반을 둔 시티 오브 엔젤스 FC의 공동 창립자인 그는 "Wonderwall이 무엇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노래할 수 있으며, 생각하는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게 주드 벨링엄이건, 잉글랜드의 월드컵 우승이건,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고, 제 여자친구나 그 무엇도 될 수 있는거죠."
희망차고 신나는 다른 잉글랜드 응원가와 다르게 Wonderwall은 차분한 노래이기에, 해리슨은 "잉글랜드가 탈락하더라도 여전히 위로의 노래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희열과 우울'
Wonderwall이라는 단어는 원래 1968년에 개봉한 사이키델릭 초현실주의 영화의 제목이었습니다 .
제인 버킨이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는데, 그녀가 맡은 배역은 이웃집 남자가 집착하는 대상입니다. 그 남자는 그녀를 훔쳐보기 위해 천천히 벽에 구멍을 뚫습니다. (참 건전한 일이죠)
조지 해리슨이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맡았는데, 이것이 비틀즈 멤버가 낸 첫 솔로 앨범이었습니다. 열렬한 레코드 수집가 노엘은 이 앨범을 통해 Wonderwall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됩니다.
노엘이 만든 이 곡의 원래 제목은 Wishing Stone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사를 영리하게 살짝 수정한 덕에, 수백만장의 음반 판매와 수십억회의 스트리밍을 기록한 메가 히트곡이 탄생했고, 이 노래 덕에 그는 집에 수영장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웹진 라우더 앤 워의 필자이자 밴드 멤버레인스의 뮤지션인 존 롭 또한 작년에 『라이브 포에버: 오아시스의 부상과 몰락과 부활』이라는 오아시스에 관한 책을 냈는데, 그는 Wonderwall이 "희열"과 "우울"이라는 강렬한 감정의 혼합을 담고 있기에 축구팬들에게는 완벽한 노래라고 말합니다.
블랙풀 FC의 서포터인 그는 "축구팬이 된다는 것에는 정말로 병적인 면이 있습니다. 언제든지 질 수 있지만, 언제든지 이길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말합니다.
"이 노래는 희열과 우울이라는 두 감정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완벽한 축구 노래죠"
"다 함께 따라 부를 수 있으면서도, 슬픔이 배경에 깔려있고, 그러면서도 후렴구에는 분위기를 끌어올려주는 힘이 있습니다."
이 곡은 축구 노래로 쓰여지진 않았으나, 롭의 기억에 따르면 노엘은 맨체스터 시티의 예전 홈 경기장인 메인 로드의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시절이 자신의 작곡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축구는 공동체와 동지애, 그리고 모두가 하나의 순간을 함께 향유하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노래는 아주 제격이죠."
"최고의 합창단석은 바로 축구장 관중석입니다. 노래를 그렇게 잘하지 못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조화를 이루니까요."
"정말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5월 맨체스터 시티의 FA컵 우승을 축하하고 있는 노엘 갤러거(중간 좌측)와 리암 갤러거
잉글랜드 팬들은 이번 달 대표팀의 모든 것이 제대로 맞아떨어져서 이 새로운 전통을 뉴욕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도 이어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고 구불구불하며, 그 시작은 월요일 아침 멕시코시티가 될 것입니다.
사실 Wonderwall은 노래의 결승전에서 패한 적이 있습니다. 1995년 11월, 롭슨 앤 제롬의 더블 A사이드 싱글인 I Believe / Up On The Roof에 밀려서 1위 자리를 놓치고 말았는데, 우리가 알기로 이 1위곡을 열창하는 잉글랜드 팬은 없습니다.
잉글랜드가 만약에 60년만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어쩌어어어어면(maaaaaybe) 이 노래 역시 30년 동안 이어온 차트에 관한 한을 풀 수도 있을겁니다.
"이 역대급 감동을 계속 이어 나갑시다" 리암이 자신의 X에 쓴 글입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팬들은 대신 목놓아 울게 되겠죠. [오아시스의 또 다른 히트곡 Stop Crying Your Heart Out을 의식하면서 쓴 문장]
32강 콩고민주공화국전 승리 직후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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